

ㅡ이것은, 고백이 아니다.
쓰다 서랍에 넣어버린 편지와 같이.
보내지 못한 편지와 같은 것을 유리병에 담아 보내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손 끝에서 틱, 틱, 틱, 하고 작게 시계가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토록 원했던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초침이 째깍이는 소리.
어느 누군가의 짙은 피냄새.
한시도 늘어지지 않는 긴장의 끝.
널부러진 육신들, 매캐한 화약의 냄새, 손에서 선연하게 느껴지는 타인의 숨소리.
ㅡ그리고 그것보다 선명하게, 그것보다 깊게 느껴지는 네 머리칼의 피냄새.
그리고 그것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네 피부의 온기와 내가 못내 사랑하게 된 체향.
다시는 소중한 것을 쥐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 손을 들어 내 목가를 만졌을 때, 단단하게 묶인 줄이 느껴졌다.
떨리는 손으로 그 끈을 끊어내고, 한 번도 길들여지지 않은 이처럼, 그러고 싶었다.
"목줄은 맬 생각이 없어, 리히트. 올인을 외쳐도 나는 여전히 패를 들고 있을거고,
그게 꼬와도 나는 바꿀 생각이 없어. 무엇을 위해 여기에 들어왔는지 정도는 우리 확실히 하자고.
개새끼한테 정신이 팔려 몸뚱이며 정신이며 내놓고 다니는 새끼는-, 주인할 자격이 없어."
분명히 나는, 네게 거절을 표했다. 그 뒤에 진심이 넘치고 흘러서 더러운 하수도를 타고 흘렀지만,
나는-,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 약점을 감췄다.
힘없는 개새끼가 꼬리를 마는 것처럼.
눈을 내려 카드를, 확인했다.
다잉을 외치기엔 너무나 좋은 패.
스페이드 4. 5. 6. 7. 8
스트레이트 플래쉬.
"좀 더 열심히, 못내 고개 돌리게 다잉을 외치게 해봐."
그것은 시답잖은 도발이 아니었다.
손에 든 카드가 무엇이었는지는 까먹어버릴 정도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게, 파산을 외치게 해봐.
그것은 오만함과 자신감으로 만들어진 칼날이었다. 손 안에 들어오는 부드러운 것에 겁먹지 않도록. 이 수많은 총구 앞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려는.
그런데 입술 사이로 터지는 마음은, 손 끝에서 터져나와 온 시야를 물들이는 것에는 다잉을 외칠 수 밖에 없더라.
몸을 웅크리고 점점 더 더러운 곳으로 빠져든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끊임없이 내려오는 손길에.
건반을 내리눌렀을 때 나오는 피아노의 음색보다 정확하게.
방아쇠를 당겼을 때 터지는 폭발음보다 강하게.
거절했다고 생각했건만,
ㅡ묶였다.
찰캉이는 쇠사슬의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빳빳한 가죽의 감각이 목을 뒤덮었음에도, 이토록 웃음이 나오는 것은-.
내 입술에 닿는 네 입술 탓일까.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너의 패.
스페이드 10, A, J, Q, K.
Royal straight flash.
졌어. 다잉을 외치지는 않았지만, 이 게임의 승자는 너야,
얌전히는 아니더라도-
누구에도 들리지 않도록, 네 귓가에.
ㅡje suis votre chien, a partir de maintenant pour toujours
이상한 단어로 씨부릴 생각없어,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