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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실은, 전부 알고 있다.

그가 그 안에 어떤 검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떻게 될지까지. 나는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손 끝에서,

뺨을 훑어내는 손 바닥에서,

목덜미에 새겨지는 이의 감각에서,

그리고-, 그리고,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그 입술의 감각에서,

그 모든 감각들의 온도를

나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

 

 

 

 

 

 

 

 

너를 처음으로 만난 건, 끔찍하게 어지러운 연회장 안이었다. 온갖 향이 소용돌이 치듯 비강을 맴돌고

온갖 감각이 소리지르는 공간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숨을 죽였다.

 

속에 있는 것을 전부 게워냈음에도 흔들리는 감각에 인상을 구겼다.

 

 

 

 

ㅡ아, 젠장. 당신도 나같은 처지야?

 

 

 

그래, 아마 그것이 네가 나에게 던진 첫마디였을 것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그곳이 네자리로 정해진 양 내 옆에 섰다.

 

 

 

첫인상은 무색무취. 희뿌옇게 흐린 안개였다.

 

 

 

 

 

 

 

 

 

*

 

 

 

 

 

 

 

 

두 번째. 너는 짙은 꽃냄새가 났다.

언젠가 맡은 적이 있는 끔찍한 향이 났다.

아편, 그래, 정확히 그것의 냄새였다.

양귀비를 가공해 만든다는 약의 냄새. 너한테서는 그것과 같은 향이 풍겼다.

 

어쩌면 그것은 내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향이었겠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나는 매일 밤 꿈을 꿨다.

꿈 속의 여자는, 그래 '르네'라는 이름을 가진 그 여자는 기어코 나를 보며 그 꽃같은 목숨을 끊었다.

머리칼이 흐드러지고

눈동자가 흐려지며

입술을 타고나오던 호흡이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순간.

 

나는 가해자가 되어서, 그 빌어먹을 장면을 몇번이고 되감기하는 멍청이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다.

여자의 곁에는 숨막힐정도로 진한 아편냄새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향기가 너에게 났다.

 

 

 

 

 

 

"꿈은 침범불가의 영역이라 이를 어째? 수억원을 들고 와도 출입불가야."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내 꿈에는, 언제고 그 여자가 가득해서, 그 끔찍한 마지막 숨으로 나를 바라봐서

그 누구도 들일 수 없어서. 무너지는 내 자신이 싫었다.

 

 

 

 

ㅡ하지말라면 더 하고싶어지는거 누구보다 잘 알텐데,

그렇다면 더더욱 가야겠네. 그 깽판치는 새끼들 다 조져야지. 깽판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치거든

 

 

 

 

 

사람 속도 모르는 새끼. 나는 널 그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인내심이라고는 쥐뿔도 없으며-

전략이라고는 세울 줄 모르는 병신같은 새끼.

프라이빗 플레이스의 개념이라고는 팔아먹은 새끼.

쯤으로.

 

 

 

 

 

 

 

 

 

 

 

*

 

 

 

 

 

 

 

 

밀어냈다. 아니지, 정확히는 누구도 탐하지 않도록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애초에 떨어질 곳도 없는 가판대 옆의 개새끼를 자원했건만, 그 초라한 곳에도 누군가의 시선은 닿더라.

 

손이 뻗어지고

이름이 불려지고

입술이 맞춰지더라.

 

 

 

 

그러면 조금 더, 조금 더 많이 내려가야겠다.

네 손이 닿지 않게, 네 시선이 닿지 않게, 이렇게.

 

 

 

네 시선을, 네 호흡을, 네 온도를 전부 알고있었음에도 나는 고갤 돌렸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을 기점으로 난 너를 작정하고 길들일거고, 너에게 길들여질 거야. 한마디로 작업을 걸겠다는 소리지.

그게 싫다면 이 자리에서 미련 없이 당장 꺼져."

 

 

"얌전히 품에 안겨 목줄을 찰 때가 되지 않았나, 이젠?"

 

 

 

 

 

그것은 눈 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언젠가 품었던 온기, 언젠가 나눴던 호흡이 고스란히 기억날만큼.

눈을 돌려도 자욱하게 피는 꽃 향기.

귀를 막아도 온 감각을 채우는 냄새에 남자는 인상을 구겼다.

 

 

 

 

그래서 그렇게-, 좀 더, 좀 더 내려가면 닿지 않을까.

좀 더 더러워지면 손을 거둬낼까.

좀 더-

.

.

.

아무리 떨어져내려도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네 품에 안길 의사가 없다. 

목 줄을 매, 호흡을 나눠, 영원하지 못할 것을 맹세하고 너에게 온전히 속할 의사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Deny ver.

 

 

 

 

 

 

 

 

 

 

 

이 모든 이야기의 목적이, 거절에 있기에.

가판대 옆의 개새끼에게 눈길 주지말고, 아무리 살랑거려도 그 시선 하나 빼앗기지 말고.

 

 

 

 

 

 

 

 

 

"목줄은 맬 생각이 없어, 리히트. 올인을 외쳐도 나는 여전히 패를 들고 있을거고, 

그게 꼬와도 나는 바꿀 생각이 없어. 무엇을 위해 여기에 들어왔는지 정도는 우리 확실히 하자고.

개새끼한테 정신이 팔려 몸뚱이며 정신이며 내놓고 다니는 새끼는-, 주인할 자격이 없어."

 

 

 

 

 

 

 

 

 

 

 

 

 

Behind Deny ver.

 

 

 

 

 

 

 

 

 

 

 

이렇게나 비겁하고 

이렇게나 겁에 질린채로

 

 

 

ㅡ내가 너를 지키기로 했기에.

그러니까. 목줄은 맬 수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혹은 햄릿.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한다. 속할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아직, -내 목숨도, 네 목숨도 온전하지 못하기에.

너의 발목을 잡는 미련한 짓거리를 하지 않도록.

 

개새끼 한마리에 이끌려 가장 귀한것을 내놓지 않도록. 

네 약점이 되지 않도록-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한다.

내가, 너의

네가, 나의 약점이 되지 않도록.

 

 

 

 

 

 

 

 

목줄을 매 총알을 피하지 못하는 개가 되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그 줄을 쥔 주인이 개를 지키고자 품을 내는 게 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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